처음에는 호두도 집이 있었다. 정말 집처럼 생긴 강아집이었다. 혼자 쓰기 적당하고 천장도 높아서 불편하지 않았을거다.

호두도 집이 있었드랬지

 

집 마당도 있었고, 울타리도 있었다. 하지만 커갈수록 자꾸 울타리를 넘어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사춘기가 되어 가니 더 큰 세상을 마음껏 누비고 싶었겠지. 처음엔 낮은 플라스틱 울타리였다. 점프력이 좋아지고 뛰어 나가는 횟수가 늘어나니 더 짱짱한 울타리로 바꾸기도 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좀 감옥 창살처럼 보이기도 하는구나. 오죽 넘어다녔으면 그랬겠니.

 

어느 정도 키우다보니,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 오히려 자유롭게 다니면서 규칙을 배우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울타리를 치우고 집을 창고에 넣기로 했다. 그래서 호두에게 지금은 집이 없다.

집 없는 호두는 그래도 안식처가 필요했을 터, 나름 터를 잡았다.

처음엔 거실 한 가운데 있는 좌탁 밑이 주로 호두의 안식처

 

처음에 한 번씩 울타리 밖으로 나올 때면 자리 잡던 좌탁 밑이 호두의 안식처였다. 그러다 집에 변화가 좀 필요하겠다 싶어 호두 집과 울타리, 그리고 거실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던 조금 큰 좌탁도 치워버렸다. 그래서 지금의 안식처 및 피난처는 TV받침대 겸 서랍장 밑 서 있기도 힘들만큼 낮은 곳.

 

물고 있는 거 같지만, 턱을 괴고 있는 거임

 

강아지들은 좁고 아늑한 곳을 좋아하는건가. 야단 맞아도 저리로 들어가 숨고, 안 보인다 싶어서 불러보면 꼭 저기에 들어가 있다가 나온다.

호두는 집이 없다. 하긴 집 안에 또 집이 필요한가? 그냥 여기가 같이 사는 우리집이지.

좁은 곳에서도 여러 자세가 가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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